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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주말만 되면 내 아이폰은 이번주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려준다. 궁금하지 않지만, 몰라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작은 스크린에 담겨있는 무수한 콘텐츠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리에게 닿아 하루에도 몇 시간을 붙잡아 놓기 때문이다. 좋은 정보가 많은 만큼 불필요한 정보도 많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꽤나 피로도가 많이 쌓이고 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콘텐츠를 책에서 얻고자 함을 자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렇기에 책방을 자주 찾아다니는 최근.서촌의 유명 카페, 스태픽스 건물의 2층에 자리한 북살롱 텍스트북을 최근 다녀왔다.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 책을 기점으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 느지막한 토요일 저녁, 서점이자 카페인 북살롱 텍스트북에는 여러 주제의 책들..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편안함이 있는 서촌에 자주 기댄다. 비일상이었던 서촌을 산책한 지 2년이 흘러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각자의 서촌을 가지고 들어와 자리잡은 매장들을 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외지인의 시선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길이지만 계절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이곳 서촌은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한 번한번 서촌 골목의 작은 책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책방지기이자 이곳의 주민이시던 사장님은 서촌이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를 다시 한 번 겪는 중이라 하셨다. 방문객 수요가 몰리는 만큼 서촌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업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기존 오래된 동네 음식점들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이곳이..

토요일 오전, 전날의 대청소로 깔끔해진 방에 북유럽에서 사 온 빈티지 컵들을 진열해보고 싶어졌다. 미처 다 제거 못한 가격표를 전부 떼어내고 세척까지 완료.어렵게 들고 온 컵들이었기에 데려온 아이들을 깨끗이 세척시키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컵을 세척하면서부터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인데, 나는 북유럽 빈티지를 좋아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합정의 한 책방에서 북유럽 디자인 관련 서적을 봤던 것 같아 바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합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홍대 솔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 골목에 노란색 간판의 '땡스북스' 책방을 발견할 수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 길을 지나다 눈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어지..

코펜하겐에서의 2일 차 오전 10시, 숙소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릴리 베이커리(lille bakery)로 향했다. 8월이었지만 북유럽이라 그런가 꽤 선선한 초가을 날씨였다. 거의 종점 같은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내리는 모두가 릴리 베이커리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미 꽤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맑은 날씨와 온 몸을 휘감은 빵냄새는 기다림 조차 즐겁게 한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곳이 마치 어느 농장의 곳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꾸미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순간 모두를 초대받은 손님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달콤한 빵 주변을 맴도는 벌들의 모습을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이곳의 주인은 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듯한 동네에서 발견하는 작은 매력 덕분이었다. 저렴한 비용에 장기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는 전역 후 모아둔 돈 일부를 가지고 동남아 일주를 떠났다. 에어비앤비를 좋아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숙소가 많이 올라와있던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카우치서핑 등의 숙박 플랫폼을 이용했고, 최저가 숙소 중에서도 평점과 후기가 나쁘지 않은 곳들을 찾으며 1박에 2000원 ~ 5000원 정도의 선에서 해결하곤 했다. 숙박 플랫폼 중에서도 카우치서핑은 여행자들이 호스트가 수락하면 무료로 호스트집의 쇼파 혹은 침대에서 숙박이 가능하였고 왠지 현지인의 주거 공간에 머물러 보고 싶어 카우치서핑을 통해 호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몇 번의 거절 끝에 ..

오전 산책 늦은 밤 도착으로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장시간의 비행이 피곤했는지 씻지도 않은 채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내가 코펜하겐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다른 여행객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씻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얼른 카메라에 필름부터 끼워 넣었다. 오전 7시,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맑고 쾌적한 공기를 코로 들이마셨고 내가 코펜하겐에 있음을 실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과 맨몸 운동 그리고 수영까지. 강변에 모여 본인을 위한 능동적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수동적인 하루에 에너지를 쏟는 내 주변 모습들을 떠올리며 똑같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