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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한 달 살기, 살아보기, 워케이션 등 치앙마이 뒤에 자주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내가 치앙마이에 머무르고자 했던 컨셉은 살아보기에 가까웠다. 살아보는 느낌 가장 충실한 방법은 도시가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비슷한 듯 다른 골목들을 눈에 익히고, 반가운 것들을 만들어갔다.걸음을 이어가려 하루에 두 세곳 정도의 카페는 꼭 방문했다. 마치 하루 여행의 1부, 2부, 3부를 만들어가듯 그렇게 머물렀다. 카페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주문한 아메리카노 아이스를 한모금하면 모든 피로가 씻기듯 내려갔다. 그렇게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펴고 본인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이렇게 노트북 펴서 글 쓰려고 왔는데” 사실 살아보기 여행..

종종 흐리지만 좋았던 기억을 하나쯤 갖고 계시지 않나요? 저에게 있어 태국의 소도시 빠이(Pai)가 흐린 행복으로 남아있습니다. 5년 전 다녀온 빠이는 마치 꿈을 꾼 것 같지만 실제 하는 순간이죠. 빠이를 오가는 길은 여행자에게 멀미 지옥을 경험토록 하지만, 그렇기에 빠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치앙마이에서의 9일을 보내고 빠이로 이동하면서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은 역시나 숙소였습니다. 에어비엔비에 올라온 빠이 숙소는 그리 많지 않았었습니다. 웬만한 숙소들이 독채이거나 다운타운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선택지가 더 좁았었죠. 하지만 확실하게 눈에 띄던 숙소가 하나 있었는데요.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게스트들이 5점에 가까운 리뷰를 남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소개하는 ..

이제는 작년이 된 2023년 연말. 치앙마이와 빠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의 여행은 명소 중심이었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은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여행을 많이 하죠. 그래서 '한 달 살기'와 '살아보기' 여행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살아보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숙소를 알아보는 것을 첫 단추를 꿰는 마음으로 여유 기간을 두고 찾아봐요. 숙소를 알아볼 때 이런저런 지리적인 조건과 후기 등을 살피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여행이 되면 좋을까?“입니다. 최근 2년간 제대로 된 물놀이를 못 했고, 무엇보다도 땀 흘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리가 뻗는 대로 걷다가 시원한 수영장 물에 뛰어드는 것을 상상하니 여행의 설렘이 증폭되었죠. 그래서 '걷다 지쳐 ..

비가 내리던 12월 15일의 오전, 12시 오픈에 맞춰 삼각지 세음에 들어간 나는 공간을 가득 메운 LP판들과 식물에 기분이 좋았다. 방에서 오직 몬스테라 하나만 키우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나지만, 언젠가 좀 더 부지런해져 식물이 가득한 공간을 갖는 것이 소원이다. 바 자리에 앉아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던 내게 사장님은 방명록을 주시며, 적고 싶은 아무 말과 듣고 싶은 곡 하나를 적어보라 하셨다. 자리에 앉은 지 5분밖에 안되었기에 공간의 첫인상에 대한 짧은 후기를 적었다. 곡은 버스를 타고 오며 들었던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 Chet Baker'를 골라 적어두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둘러보던 중 사장님은 조용히 Chet Baker LP 3장을 내게..

예기치 못한 눈폭풍은 우리의 제주 여행을 강제로 미룬 채 경주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미리 예약해 뒀던 숙소 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러한 순간 또한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우리에게 그다지 큰 이슈는 아니었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그리고 대구에서 경주로. 반나절을 이동에 쏟는 긴 여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설렘에 피곤함이 낄 자리는 없었다.조용한 분위기 속 추운 피로를 감싸는 공간 베드 2개, 저렴함, 깔끔함, 조용함은 우리가 선정한 최소한의 기준이었고, 이동하는 몇 시간동안 여러 숙박 플랫폼을 돌고 돌아 예약한 경주의 숙소는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이었다.경주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주소 : 경북 경주시 보문로 465-37시간 ..

토요일, 광화문의 어느 빌딩 지하 식당가에 자리한 카페 벌새. 열두 시 오픈에 맞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차분한 매장 분위기와 다르게 홀로 커피를 내리시는 사장님은 꽤 분주히 쉬지 않고 움직이셨다.(쉴 틈이 없어 보이셨다.)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은 서촌의 나흐바 사장님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커피가 맛있었고, 내가 마신 커피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름보다는 아래에 적힌 '과일'맛을 보고 선택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던 중간쯤 작은 샷 잔에 "약배전으로 내린 에티오피아입니다."라며 서비스로 주셨다. 맛이 참 좋았는데... 이럴 때 커피를 잘 알고 있더라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부분들을 둘러보니 더 재미있다. 문득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