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발 길 닿는대로 걸어서 좋은 점 본문
오전 산책
늦은 밤 도착으로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장시간의 비행이 피곤했는지 씻지도 않은 채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내가 코펜하겐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다른 여행객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씻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얼른 카메라에 필름부터 끼워 넣었다.
오전 7시,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맑고 쾌적한 공기를 코로 들이마셨고 내가 코펜하겐에 있음을 실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과 맨몸 운동 그리고 수영까지. 강변에 모여 본인을 위한 능동적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수동적인 하루에 에너지를 쏟는 내 주변 모습들을 떠올리며 똑같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중 독특한 건물을 보았다. 가까이 가면 찔리기라도 할 것 같은 선인장 느낌의 건축물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름이 'Kactus tower'였다. 너무 신기해서 필름 사진으로도 남겼는데 돌이켜보니 저 때 좀 더 가까이서 더 들여다볼 걸 그랬다...🌵
아무튼 첫 산책부터 강한 동기부여와 창의적인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지만 배가 고팠고, 첫 식사이니 근사한 무언가를 먹고 싶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샌드위치 + 커피'가 2만원이 넘는 것을 보며 배고픔이 강제로 달래졌다.
지도 없이 코펜하겐 도심 걷기
특정 목적지를 찍고 지도를 보며 가는 것보다 순간순간 보이는 장면에 이끌려 선택하는 산책이 참 재미있다. 어차피 발로 걷기 때문에 그리 멀리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새로운 숙소로 이동하기 전 중앙역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강변을 산책할 때보다 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차량이동처럼 질서 정연한 자전거들. 참고로 대다수의 자전거 앞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종종 어른들이 타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걷는 내내 보이는 작고 큰 브랜드의 상점들은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자극되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었고 홀린 듯이 따라 들어갔다.
발 길 닿는 대로 걸어서 좋은 점
목적 없이 발 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마주하는 장면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마 여행자 누구든 간직하고 있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산책을 하던 나는 붓을 들고 벽화를 그리는 화가와 마음에 드는 골목길이 깊게 남았다. 사실 엄청 특별한 장면은 아니지만 그 순간에 시각적으로 다름이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좁은 통로 뒤 카페가 눈에 들어왔고 주변과 다르게 적막함이 느껴져 홀린 듯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도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찻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반가운 마음에 자리를 잡고 주문했다.
왠지 코펜하겐에서 마차라테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을 것 같아 시켜보았고 내가 맛을 잘 표현은 못하지만 느낀 대로 이야기하자면... 라테임에도 오트밀크를 써서 그런지 느끼하지 않고 마차 향도 강해 담백했다.🍵
그리고 함께 내준 물은 보리차를 우린 물 같았는데 주인장께 "한국에서는 여름에 더위를 날리기 위해 옛날부터 보리차를 차게 해서 마셨다 어쩌구..저쩌구.." 나보다 더 잘 알 것 같지만 반가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다.
우연히 마음에 들어간 코펜하겐의 첫 카페가 한국적인 찻집이라니... 참 신기하다. 이곳은 코펜하겐의 'Sing Tehus'라는 카페이다. 굳이 코펜하겐까지 가서 왜 한국 티를 마셔야 하나 싶지만 이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이기에 익숙하지만 티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태도가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 카페와의 차이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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