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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코펜하겐에서의 2일 차 오전 10시, 숙소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릴리 베이커리(lille bakery)로 향했다. 8월이었지만 북유럽이라 그런가 꽤 선선한 초가을 날씨였다. 거의 종점 같은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내리는 모두가 릴리 베이커리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미 꽤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맑은 날씨와 온 몸을 휘감은 빵냄새는 기다림 조차 즐겁게 한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곳이 마치 어느 농장의 곳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꾸미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순간 모두를 초대받은 손님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달콤한 빵 주변을 맴도는 벌들의 모습을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이곳의 주인은 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오전 산책 늦은 밤 도착으로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장시간의 비행이 피곤했는지 씻지도 않은 채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내가 코펜하겐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다른 여행객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씻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얼른 카메라에 필름부터 끼워 넣었다. 오전 7시,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맑고 쾌적한 공기를 코로 들이마셨고 내가 코펜하겐에 있음을 실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과 맨몸 운동 그리고 수영까지. 강변에 모여 본인을 위한 능동적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수동적인 하루에 에너지를 쏟는 내 주변 모습들을 떠올리며 똑같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만의 인천공항과 장거리 비행 2023년 2월 7일, 말로만 하던 항공권 예약을 했다. 코펜하겐 in, 스톡홀름 out 8월에 12일간 떠나는 일정이었고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인데 우리 둘 다 스케줄이 다르다. 혼자의 여행도 좋아하는 우리이기에 함께 비행을 못하는 아쉬움보다 인천에서 시작되는 여행을 각자 더 설레어했다. 2023년 8월 14일, 동남아 일주를 마지막으로 5년 만에 인천공항에 발을 들였고 네덜란드로 먼저 떠난 여자친구의 소식은 짐을 싸는 나에게 떠나는 설렘을 더욱 증폭시켰다. 여행 당일, 과할 정도로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수속을 다 밟고 식사와 커피까지 했는데 남은 대기 시간이 약 3시간이었다. 5년 만에 온 인천공항이니 여행자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고 싶었나 보다. 첫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