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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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기록/책, 소품을 담은 공간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 책을 기점으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

Ljuhyeon 2023. 11. 30. 08:57

주말만 되면 내 아이폰은 이번주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려준다.
 
궁금하지 않지만, 몰라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작은 스크린에 담겨있는 무수한 콘텐츠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리에게 닿아 하루에도 몇 시간을 붙잡아 놓기 때문이다.
 
좋은 정보가 많은 만큼 불필요한 정보도 많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꽤나 피로도가 많이 쌓이고 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콘텐츠를 책에서 얻고자 함을 자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렇기에 책방을 자주 찾아다니는 최근.

서촌의 유명 카페, 스태픽스 건물의 2층에 자리한 북살롱 텍스트북을 최근 다녀왔다.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
책을 기점으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

 

느지막한 토요일 저녁, 서점이자 카페인 북살롱 텍스트북에는 여러 주제의 책들이 모여있고 책을 기점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넓은 테이블에 앉아 내가 가져온 정지돈 작가의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이 것은 아닌' 책을 펼쳐 한 줄씩 읽어 내려간다. 평소 자기 계발서, 정보 서적 등을 읽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지라 몇 번이고 뒷걸음치며 다시 읽고 있는 책이다. 
 
정지돈 작가의 산책 같은 이 책을 한 두 문장 읽어 내려갈 때쯤, 주변의 작은 대화 소리가 귀와 가까워졌다.
 
옆 테이블에 모여 앉은 여성 네 분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가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병원 생활과 관련된 주제로 마약 환자를 치료한 의사의 책부터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책까지. 미래의 의료인인 것 같은 대학생분들의 대화가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테이블 건너편의 두 남녀는 여행 관련 책을 내려놓은 채 각자의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북살롱 텍스트북이라는 공간에서는 다소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주제가 오갈 것 같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책을 읽는 행위가 길진 않지만, 우리 눈에 들어온 한 두 문장과 문단은 사람들을 이야기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은 '이야기가 생산되는 공간'이다. 편하게 쌓인 책들과 작은 카테고리들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함께한 이들과 이야기를 생산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은 지속적이고 매력적인 곳이다.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Book Salon TEXTBOOK)
서촌 TEXTBOOK은 커피와 주류가 함께 판매되고 있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22 2층
시간 : 월~금 (10시~22시) / 토, 일 (10시~21시)

 
책으로 나와 좀 더 가까워지고, 함께 온 이들과 더 깊어지기에 꽤 괜찮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