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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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기록/카페, 향이 짙은 공간

좋아하던 곡을 더 애정하게되는 공간, 삼각지 세음

Ljuhyeon 2023. 12. 16. 15:44

비가 내리던 12월 15일의 오전, 12시 오픈에 맞춰 삼각지 세음에 들어간 나는 공간을 가득 메운 LP판들과 식물에 기분이 좋았다.

 

방에서 오직 몬스테라 하나만 키우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나지만, 언젠가 좀 더 부지런해져 식물이 가득한 공간을 갖는 것이 소원이다.

바 자리에 앉아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던 내게 사장님은 방명록을 주시며, 적고 싶은 아무 말과 듣고 싶은 곡 하나를 적어보라 하셨다.

 

자리에 앉은 지 5분밖에 안되었기에 공간의 첫인상에 대한 짧은 후기를 적었다. 곡은 버스를 타고 오며 들었던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 Chet Baker'를 골라 적어두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둘러보던 중 사장님은 조용히 Chet Baker LP 3장을 내게 보여주며 1950년대의 LP와 최근에 재발매된 LP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세상은 음악이다.

 

삼각지 세음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커피를 내려주시는 분이자 청음 큐레이터이다.

공간에 설치된 음향기기는 수집된 LP를 듣기에 적합한 장비들 중 가장 저렴하게 맞춘 편이라는 솔직한 이야기부터 시대 별 음반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녹음 엔지니어의 역할의 중요성까지.

 

적절한 설명 속 시대를 풍미했던 음반들을 듣는 재미가 강렬했다.

그렇게 읽을 책을 꺼내놓기는 했지만 사장님의 설명이 책 보다 재밌음이 확실했기에 1시간 30분 정도 청음과 대화를 반복했다.

Chet Baker를 시작으로 이소라, 변진섭, 이문세, 악뮤, 사카모토 류이치까지 오로지 한 곡을 말씀드렸을 뿐인데, 내 취향을 아시는지 좋은 가수들의 좋은 음반을 찾아 틀어주셨다. 

 

카페 '세음'은 '세상은 음악이다'의 약자로 이제껏 들었던 카페 이름 중 가장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책을 읽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지만, 청음의 매력에 스며들었다.

좋은 음악과 식물이 가득한 공간

 

삼각지 세음이 본점이지만, 연신내 지점도 있다. 사실 연신내에 생긴 세음을 가보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삼각지를 먼저 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연신내점은 좋은 음반이 많고 음향기기도 더 좋지만, 손님이 원하는 곡을 신청해서 듣기는 어렵다고 한다.

 

아마 매장이 조금 더 크기도 하고, 그곳을 운영하는 분이 직접 음반을 틀어야 하다 보니 일일이 요청 오는 것을 찾아 트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듯하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좋은 음악이 삼각지 세음을 가득 메우는 것이 느껴지니 자연스레 주변을 자꾸 둘러보게 되고, 여러 식물들은 행복을 더한다.

커피를 다 마신 뒤, 2층의 공간도 올라가 보았다.

1층보다는 음향이 작게 느껴졌지만 연인끼리 그리고 친구들끼리 왔을 때 머무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의 찌라시(?)긴 하지만 몇 달안으로 삼각지점이 옮겨가던 또 다른 지점을 오픈하던 새로운 세음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삼각지 세음이 좋았기에 그다음도 기대된다.

 

이어폰과 헤드폰 속 음악을 듣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던 나는 이제 내 공간에 좋은 스피커를 두는 꿈을 하나 추가했다.

삼각지 세음 카페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06-1
시간 : 월-화(정기휴무) / 수-일(12시~24시, 17시~19시 브레이크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