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치앙마이] 걷다 지칠 나를 위해 준비한 에어비엔비 숙소 본문
이제는 작년이 된 2023년 연말. 치앙마이와 빠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의 여행은 명소 중심이었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은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여행을 많이 하죠.
그래서 '한 달 살기'와 '살아보기' 여행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살아보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숙소를 알아보는 것을 첫 단추를 꿰는 마음으로 여유 기간을 두고 찾아봐요.
숙소를 알아볼 때 이런저런 지리적인 조건과 후기 등을 살피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여행이 되면 좋을까?“입니다.
최근 2년간 제대로 된 물놀이를 못 했고, 무엇보다도 땀 흘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리가 뻗는 대로 걷다가 시원한 수영장 물에 뛰어드는 것을 상상하니 여행의 설렘이 증폭되었죠.
그래서 '걷다 지쳐 물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걷다 지쳐 물에 뛰어들 수 있는 곳
치앙마이 여행의 첫 번째 숙소는 'Moji pool villa'.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수영장이 있고, 깔끔하다는 후기가 많았으며, 숙박비가 1박에 35,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이 삼박자를 다 갖췄는데 예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치앙마이 도심을 오랜만에 걸으니 더운 날씨지만 벅찬 감정에 전에 걷던 길들을 쫓아다녔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처럼 5년 정도만에 다시 온 이곳에서 감상에 젖어 걸음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20,000보를 걸었다. 6시간 동안 먹을 때 빼고 계속 걷기만 했기 때문에 물에 뛰어들기 딱인 상태다.
이럴 줄 알고 스윔팬츠를 입고 걸었다. 숙소로 돌아와 가방과 윗옷을 벗어 의자에 두고 수영장에 그대로 들어간다. 쇄골까지 오는 물높이와 시원한 수온으로 머리털 끝이 바짝 섰고, 순간적인 가쁜 호흡은 피로를 토해냈다.
맑은 하늘을 보며 수면 위로 떠올라 눈을 감았다. 짐처럼 여기던 생각들은 가벼워지고, 걸음에 무거워진 몸은 없어졌다.
머무르는 4일 내내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려 많이 걸었다. 이제는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모르는 길이 없는 것 같다.
문을 열면 보이는 평화로운 뷰
늦은 밤 비행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잠들기 전, 아침에 오토바이 경적소리와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가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인지한 것은 새소리였다. 지독한 아이폰 알람으로도 잘 안 깨려 하는데, 새소리가 너무 맑아 현실감이 없어 잠이 깼다.
암막 커튼 덕에 눈이 편했고, 적절한 새소리로 정신이 맑았다. 너무 상쾌한 기상에 숙소 주인이 새소리 bgm을 틀어 놓은 줄 알았지만 진.짜. 새소리였다.
믿을 수 없어 문을 열었고, 붉은 지붕의 집과 커다란 나무가 빛을 가득 받고 있었다. 미세먼지 없는 선선한 바람과 큰 나무에서 노는 새들을 보니 현실이 분명함에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평소 일상에서도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생각했는데, 더 잘 일어날 수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대단한 뷰는 아니고 뷰를 기대할만한 숙소도 아니었지만 치앙마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분위기다. 매일 아침 이 풍경을 보며 침대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생각하면서 행복했다.
혼자이기에 더없이 충분한 공간
넓게 차지하는 퀸베드, 작은 냉장고, 조립식 테이블, 넓은 화장실. 혼자이기에 더없이 충분한 공간이었다.
배드버그를 의식하며 산 해충퇴치제는 깔끔한 침구류로 캐리어에서 나올 이유가 없었고, 혹시나 마주할 바선생과 도마뱀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빈 틈 없던 화장실로 무산되었다.
은은한 무드등은 걸음과 수영에 지쳐 얼굴이 붉어진 나를 가렸고, 높은 층고는 나를 크게 품었다.
이런 공간에서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고,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
5년 전 배낭을 메고 떠났던 동남아 여행에서 치앙마이와 빠이에서만 10일 정도를 머물렀고, 그때는 길 위에서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치앙마이와 빠이를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 온 것이었죠.
’Moji pool villa‘를 치앙마이 숙소로 맞이한 것은 혼자 여행을 즐기다 몸이 지칠 때 휴식을 취하기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글을 썼는데 2024년의 첫 글이 되었네요.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고 여기까지 시선이 닿으신 분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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