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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적절했던 에어비엔비 숙소

Ljuhyeon 2024. 1. 17. 14:59

종종 흐리지만 좋았던 기억을 하나쯤 갖고 계시지 않나요? 

 

저에게 있어 태국의 소도시 빠이(Pai)가 흐린 행복으로 남아있습니다.  5년 전 다녀온 빠이는 마치 꿈을 꾼 것 같지만 실제 하는 순간이죠.
 
빠이를 오가는 길은 여행자에게 멀미 지옥을 경험토록 하지만, 그렇기에 빠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치앙마이에서의 9일을 보내고 빠이로 이동하면서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은 역시나 숙소였습니다.

에어비엔비에 올라온 빠이 숙소는 그리 많지 않았었습니다. 웬만한 숙소들이 독채이거나 다운타운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선택지가 더 좁았었죠.

 

하지만 확실하게 눈에 띄던 숙소가 하나 있었는데요.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게스트들이 5점에 가까운 리뷰를 남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소개하는 사진 또한 가장 빠이가 주는 느낌을 잘 담고 있는 듯했고, 놓치기 싫은 마음에 바로 예약했습니다.


 

멍했던 아침을 깨운 조식

에어비엔비 숙소의 매력 중 하나는 호스트가 차려주는 아침이다. 가정집에서 호스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현지 식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빠이의 에어비엔비 숙소는 사전에 리뷰와 설명을 찾아보았을 때 조식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우리는 근처 브런치 카페들을 돌아볼 계획이었기에 조식에 대한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내일 조식 메뉴를 골라주세요!"
 
숙소를 들어가던 날 호스트로부터 다음날 조식 메뉴를 골라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페이를 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이내 설명을 들어보니 12월부터 1월까지 5박 미만의 투숙객들에게 무료 조식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웬 떡?!" 

다음날 오전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할 때에 맞춰 밖으로 나온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눈은 붓고 정신은 아직까지 몽롱한데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이상적이었다.

패션후르츠, 귤(?), 망고, 파파야

 잠시 뒤 가져다주신 과일을 입에 넣으니 미각이 일어나고 커피를 한 모금하니 현실 감각이 되살아났다. 풍성한 조식은 우리 앞에 놓였고, 어떠한 조합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눈에 들어오는 대로 입에 넣었다.

Breakfast Combo & Fried Rice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가 아닌가?"

 

우리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별과 안개

낮 시간을 밖에서 길게 보내다 온 우리에게 숙소는 밤과 아침마다 별과 안개를 선물했다.

해가 강했던 낮을 지나 찾아온 밤은 별 빛이 너무도 선명했다. 마침 여자친구가 가져온 유럽의 빈티지 망원경은 밤마다 별 보러 나가는 것을 즐겁게 했다. 대단히 멀리까지 보이는 망원경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별과 달은 우주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큰 재미였다.

여름인 나라지만 새벽의 공기는 차갑다. 이불 안은 더없이 포근했지만 창문과 가까운 침대의 끝이 시려 눈을 떴다. 암막 커튼을 살짝 걷어 아침이 되었는지 확인하는데 멀리까지 닿던 시선이 짙은 안개로 코앞까지만 보였다.
 
커튼을 반쯤만 걷고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운 채로 바깥을 응시하다 보면 현실이 꿈이 되어 눈을 애써 감지 않았다. 물론 다시 잠에 들었지만 좋은 꿈을 놓치기 싫듯 안개를 한참 응시하려 눈에 힘을 줬던 것이 기억난다.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적절했던 에어비엔비 숙소

 

빠이의 프라이빗 에어비엔비 숙소 Pai Talay Home에서의 5일 동안 이곳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 정도로 오묘함이 강했다.
 
먼발치의 산 능선과 드넓은 농경지 그리고 바로 앞의 개울가. 밤을 수놓은 별과 아침을 꿈처럼 만든 안개.

사진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도 특별해 기대가 되는 곳이었지만 직접 오감으로 느껴보니 사람들의 감상적인 리뷰가 납득되었다. 그래서 이곳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자 생각했을 때 '유토피아'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도시 전체의 공간이 평화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고 거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숙소였기에 유토피아라는 표현이 떠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꾸준해야지 마음을 먹으면서도 눈앞의 현실적인 고민에 시간을 대부분 보냈던 것 같아요.
 
빠이 숙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작성하는 지금.

 

"그 당시를 너무 환상적으로 표현한 것 아닌가?"하고 다시 글을 읽어보았지만, 과장된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좋았던 에어비엔비 숙소이죠.
 
'Pai Talay Home'숙소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까 하여 에어비엔비 숙소 호스트 프로필을 공유합니다.
https://www.airbnb.co.kr/users/show/26825974

 

호스트 프로필 - 에어비앤비

 

www.airbnb.co.kr

 

빠이 여행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방문하신다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