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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토요일 오전, 전날의 대청소로 깔끔해진 방에 북유럽에서 사 온 빈티지 컵들을 진열해보고 싶어졌다. 미처 다 제거 못한 가격표를 전부 떼어내고 세척까지 완료.어렵게 들고 온 컵들이었기에 데려온 아이들을 깨끗이 세척시키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컵을 세척하면서부터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인데, 나는 북유럽 빈티지를 좋아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합정의 한 책방에서 북유럽 디자인 관련 서적을 봤던 것 같아 바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합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홍대 솔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 골목에 노란색 간판의 '땡스북스' 책방을 발견할 수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 길을 지나다 눈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어지..

자사의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이 없자 완성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로스해킹 책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 전 직장에서 겪었던 상황과 오버랩되어 마치 간파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3년 미만의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던 당시, 우리의 서비스는 논리적으로 주요 타겟층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용할 이유도 없던 것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특장점 포인트들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거기서 오는 성취감에 "시장의 반응이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기대치만 한 껏 높이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시장조사 및 분석부터 PMF(제품-시장 적합성)까지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는..

코펜하겐에서의 2일 차 오전 10시, 숙소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릴리 베이커리(lille bakery)로 향했다. 8월이었지만 북유럽이라 그런가 꽤 선선한 초가을 날씨였다. 거의 종점 같은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내리는 모두가 릴리 베이커리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미 꽤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맑은 날씨와 온 몸을 휘감은 빵냄새는 기다림 조차 즐겁게 한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곳이 마치 어느 농장의 곳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꾸미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순간 모두를 초대받은 손님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달콤한 빵 주변을 맴도는 벌들의 모습을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이곳의 주인은 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그로스해킹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데이터 분석 부트캠프를 알아볼 때쯤이었다. "마케팅에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여 빠르게 테스트를 하고 검증하는 것이 스타트업에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부트캠프를 알아본 것이었는데 나의 알고리즘에서 부트 캠프를 운영하는 아카데미마다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홍보한다는 이유로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 자체가 질려버렸다. 내가 하고자했던 방향이 그로스해킹인데 용어의 뜻을 알지도 못하면서 질려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좀 어이없다. 그래도 바로잡고 가면 되는 것이니 그로스해킹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양승화 저자의 '그로스해킹'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해한 그로스해킹은 다음과 같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해킹하는 것" 그로스해킹은 2010년 션 앨리스라..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듯한 동네에서 발견하는 작은 매력 덕분이었다. 저렴한 비용에 장기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는 전역 후 모아둔 돈 일부를 가지고 동남아 일주를 떠났다. 에어비앤비를 좋아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숙소가 많이 올라와있던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카우치서핑 등의 숙박 플랫폼을 이용했고, 최저가 숙소 중에서도 평점과 후기가 나쁘지 않은 곳들을 찾으며 1박에 2000원 ~ 5000원 정도의 선에서 해결하곤 했다. 숙박 플랫폼 중에서도 카우치서핑은 여행자들이 호스트가 수락하면 무료로 호스트집의 쇼파 혹은 침대에서 숙박이 가능하였고 왠지 현지인의 주거 공간에 머물러 보고 싶어 카우치서핑을 통해 호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몇 번의 거절 끝에 ..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유일하게 마케팅, 홍보 담당이었지만 무늬만 그랬을 뿐 실제로는 회계, 영업, 실험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하나씩 쳐내기 바빴다. 일이 들어오지 않던 시기에만 기업 홍보 영상과 콘텐츠를 제작하였고 "마케팅을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생각하며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삽질의 연속이었다. 한 번은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서비스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시장에 내놓았다 거의 반응이 없었던 적이 있었다. 시장의 서비스 적합성을 잘못 판단한 점, 시장의 피드백 이전에 완벽을 추구하려 시간과 금전의 투자가 컸던 점이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결국 자금 수습을 위해 다른 사업의 영역에서 바쁘게 돈을 벌어와야 했다. "스타트업이라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