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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비가 내리던 12월 15일의 오전, 12시 오픈에 맞춰 삼각지 세음에 들어간 나는 공간을 가득 메운 LP판들과 식물에 기분이 좋았다. 방에서 오직 몬스테라 하나만 키우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나지만, 언젠가 좀 더 부지런해져 식물이 가득한 공간을 갖는 것이 소원이다. 바 자리에 앉아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던 내게 사장님은 방명록을 주시며, 적고 싶은 아무 말과 듣고 싶은 곡 하나를 적어보라 하셨다. 자리에 앉은 지 5분밖에 안되었기에 공간의 첫인상에 대한 짧은 후기를 적었다. 곡은 버스를 타고 오며 들었던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 Chet Baker'를 골라 적어두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둘러보던 중 사장님은 조용히 Chet Baker LP 3장을 내게..

예기치 못한 눈폭풍은 우리의 제주 여행을 강제로 미룬 채 경주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미리 예약해 뒀던 숙소 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러한 순간 또한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우리에게 그다지 큰 이슈는 아니었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그리고 대구에서 경주로. 반나절을 이동에 쏟는 긴 여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설렘에 피곤함이 낄 자리는 없었다.조용한 분위기 속 추운 피로를 감싸는 공간 베드 2개, 저렴함, 깔끔함, 조용함은 우리가 선정한 최소한의 기준이었고, 이동하는 몇 시간동안 여러 숙박 플랫폼을 돌고 돌아 예약한 경주의 숙소는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이었다.경주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주소 : 경북 경주시 보문로 465-37시간 ..

토요일, 광화문의 어느 빌딩 지하 식당가에 자리한 카페 벌새. 열두 시 오픈에 맞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차분한 매장 분위기와 다르게 홀로 커피를 내리시는 사장님은 꽤 분주히 쉬지 않고 움직이셨다.(쉴 틈이 없어 보이셨다.)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은 서촌의 나흐바 사장님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커피가 맛있었고, 내가 마신 커피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름보다는 아래에 적힌 '과일'맛을 보고 선택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던 중간쯤 작은 샷 잔에 "약배전으로 내린 에티오피아입니다."라며 서비스로 주셨다. 맛이 참 좋았는데... 이럴 때 커피를 잘 알고 있더라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부분들을 둘러보니 더 재미있다. 문득 책을 ..

주말만 되면 내 아이폰은 이번주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려준다. 궁금하지 않지만, 몰라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작은 스크린에 담겨있는 무수한 콘텐츠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리에게 닿아 하루에도 몇 시간을 붙잡아 놓기 때문이다. 좋은 정보가 많은 만큼 불필요한 정보도 많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꽤나 피로도가 많이 쌓이고 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콘텐츠를 책에서 얻고자 함을 자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렇기에 책방을 자주 찾아다니는 최근.서촌의 유명 카페, 스태픽스 건물의 2층에 자리한 북살롱 텍스트북을 최근 다녀왔다. 서촌 북살롱 텍스트북, 책을 기점으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 느지막한 토요일 저녁, 서점이자 카페인 북살롱 텍스트북에는 여러 주제의 책들..

'마케팅 성과 분석의 모든 것' 세미나, 결제창에 도달하기까지IT서비스의 마케팅팀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직무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배우며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역량이 기본으로 내재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평소 마케팅 전략 관련 글을 기고하는 채널을 구독하며 읽고 있고, 그중 '데이터리안'의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어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기업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좋은 정보들은 잘 구독하고 보지만, 정작 이어지는 내용을 더 알고자 하거나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아니, 의식하고 일부러 안 넘어간다. 아무래도 그렇게 소비가 발생하면 결제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좋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작은 소비도 신중할 필요가 있..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편안함이 있는 서촌에 자주 기댄다. 비일상이었던 서촌을 산책한 지 2년이 흘러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각자의 서촌을 가지고 들어와 자리잡은 매장들을 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외지인의 시선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길이지만 계절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이곳 서촌은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한 번한번 서촌 골목의 작은 책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책방지기이자 이곳의 주민이시던 사장님은 서촌이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를 다시 한 번 겪는 중이라 하셨다. 방문객 수요가 몰리는 만큼 서촌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업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기존 오래된 동네 음식점들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이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