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서촌라운지, 한옥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공간 본문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편안함이 있는 서촌에 자주 기댄다. 비일상이었던 서촌을 산책한 지 2년이 흘러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각자의 서촌을 가지고 들어와 자리잡은 매장들을 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외지인의 시선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길이지만 계절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이곳 서촌은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한 번한번 서촌 골목의 작은 책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책방지기이자 이곳의 주민이시던 사장님은 서촌이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를 다시 한 번 겪는 중이라 하셨다.
방문객 수요가 몰리는 만큼 서촌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업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기존 오래된 동네 음식점들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이곳이 주민들에게는 또 다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서촌 산책을 이어가며 새롭게 인테리어를 들어가는 곳들을 보며 서촌의 색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서촌에 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9~10월쯤 공사하는 것을 보고 카페 혹은 음식점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앞선 생각처럼 뭐가 생기던 지금 이곳의 모습과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센스 있는 쇼룸이 생겨났다.
서촌라운지,
한옥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공간
추위가 가득했던 일요일 낮 시간대, 필운대로를 따라 걸으며 정겨운 카페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 중이었던 한옥이 ‘서촌라운지’라는 이름으로 오픈해 있는 것을 보고 구경하러 들어갔다.
당연히 인테리어 회사의 쇼룸 혹은 가구 매장인 줄 알았는데, 서울시에서 한옥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공공한옥이었다.
서촌라운지 오프닝 기획전시
Bauhaus x Korean Craft
2023. 10. 24.(화) ~ 12.20.(수)
주소 :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7 서촌라운지
시간 : 11:00 ~ 19:00,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현재 서촌라운지에서 진행 중인 오프닝 기획전시는 'Bauhaus x Korea Craft Design'으로 모던 디자인의 정수라 불리는 바우하우스의 대표적인 가구와 국내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 어울림을 주제로 기획되어 있다.
요즘 부쩍 가구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던 때라 자연채광이 드는 한옥에서 만난 가구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
쇼룸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1층 입구 쪽은 한옥에 대한 사진집과 여러 서적들이 놓여있었다. 한옥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여러 서적들이 진열된 것을 보며 새삼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어지는 전시장에서는 의자, 작은 책상, 러그, 수납장, 조명 등 여러 바우하우스와 한국식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제 짝을 이루듯 모여있었다.
사실 이 어우러짐이 내 방에 놓아두고 싶은 취향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의 디테일들은 너무도 탐이 났다.
어쩌면 이 서촌라운지를 구경 오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문화에 한옥 라이프스타일을 잘 녹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이 전시장의 작품들은 판매 중인 제품인 것 같지만 전부 비매품이라고 한다. 아마 이곳의 작품들을 사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빛이 드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마 오후 1시 전의 방문이었던 것 같은데, 안쪽으로 깊게 든 빛이 이곳을 더 매력 있게 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어져있던 마당. 원래도 서촌은 고요한 동네인데 한옥이 감싸고 있어 그런지 더 고요하게 느껴진다.
적당한 바람과 고요하기에 들려오는 새소리는 잠시 지나치는 이들에게 분명 한옥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서촌라운지 공간을 발견했던 순간부터 어우러짐이 신기한 전시공간과 잔잔한 마당까지. 작은 첫인상들이 모여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예전의 나에게 한옥은 그저 과거에 불과했다면 서촌을 산책하는 요즘은 현재에 더 가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진다.
서촌라운지의 'Bauhaus x Korea Craft Design' 전시는 12월 20일까지지만, 앞으로의 역할이 더 기대된다.
서촌라운지를 나와 산책을 이어갔다. 너무 많이 가본 곳들이라 익숙할 법하지만 여전히 서촌의 골목길이 좋았다.
언젠가 나도 산책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으로 이곳 서촌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다. 안 살아봤기에 쉽게 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살아보지 않았기에 꿔볼 수 있는 꿈인듯하다.
일단 계속 서촌 여기저기를 산책하며 더 가까워져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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