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기록/카페, 향이 짙은 공간

작은 부분들을 즐기기 좋았던 '벌새'

Ljuhyeon 2023. 12. 2. 16:45

토요일, 광화문의 어느 빌딩 지하 식당가에 자리한 카페 벌새. 열두 시 오픈에 맞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차분한 매장 분위기와 다르게 홀로 커피를 내리시는 사장님은 꽤 분주히 쉬지 않고 움직이셨다.(쉴 틈이 없어 보이셨다.)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은 서촌의 나흐바 사장님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커피가 맛있었고, 내가 마신 커피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름보다는 아래에 적힌 '과일'맛을 보고 선택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던 중간쯤 작은 샷 잔에 "약배전으로 내린 에티오피아입니다."라며 서비스로 주셨다. 맛이 참 좋았는데... 이럴 때 커피를 잘 알고 있더라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부분들을 둘러보니 더 재미있다.

 

문득 책을 읽다 졸음이 찾아와 읽던 책의 흰 화면에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들어왔을 때 엘피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이 꽤 크고 웅장하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점점 딱 적당하게 들리고 있었다. 

엘피가 다 돌았을 무렵, 다음 곡을 위해 엘피를 바꾸는 사장님을 모두가 응시하는 잠시의 정적이 좋았다.
 
그리고 원두 분쇄기와 가까운 바 자리에 있던 나는 기분 좋게 짙은 원두 향을 맡으며, 커피 잔을 비웠음에도 계속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관찰하는 것이 스스로 유난 떠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할 때쯤, 모두가 핸드폰으로 이런 장면을 담고 있었다.

아마도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테고, 그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더 재밌게 느껴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빈티지 잔과 조명들을 관찰하며 즐겁기도 했다.

천장에 달린 전부 다른 조명이 마음에 들었고

두 세 잔씩 쌓여있는 커피잔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좋았다. 내가 모은 것도 아닌데 내 공간에 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내가 마신 커피 잔도 마음에 들어 뒤집어보고 찍어 둔다. (Wood & Sons Yuan)

책 좀 읽다 둘러보고는 것을 몇 차례 반복하니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 반정도 지나가 있었고, 바깥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벌새에서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오픈 시간에 맞춰 다녀가는 것을 추천한다. 

광화문 카페 '벌새' 
주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12 신문로빌딩 지하 1층 22,23호
시간 : 월~금(12시~19시), 토(12시~18시30분), 일(정기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