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기록/책, 소품을 담은 공간

땡스북스, 컵을 씻다가 생각나서 다녀온 책방

Ljuhyeon 2023. 11. 12. 10:25

토요일 오전, 전날의 대청소로 깔끔해진 방에 북유럽에서 사 온 빈티지 컵들을 진열해보고 싶어졌다. 미처 다 제거 못한 가격표를 전부 떼어내고 세척까지 완료.

어렵게 들고 온 컵들이었기에 데려온 아이들을 깨끗이 세척시키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컵을 세척하면서부터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인데, 나는 북유럽 빈티지를 좋아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합정의 한 책방에서 북유럽 디자인 관련 서적을 봤던 것 같아 바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합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홍대 솔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 골목에 노란색 간판의 '땡스북스' 책방을 발견할 수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 길을 지나다 눈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어지는 도서목록

 
디자인을 공부해 보거나 제대로 이해한 적은 없지만, '북유럽 빈티지'라는 카테고리를 찾아 따라온 이곳에서 더 관심이 가는 디자인, 주거 관련 도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찾던 북유럽 빈티지 디자인과 이에 대한 설명이 가득한 '미드센추리 모던'이라는 도서부터 진정한 집을 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해당 구역에서 40분 정도를 머무르며 천천히 도서들을 살펴보았다. 내 취향을 상상에 머무르도록 두지 않고, 하나씩 곱씹어보며 좀 더 확고히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작은 메모가 눈에 들어오는 큐레이팅

 
나는 개인적으로 인문 서적에 흥미가 있지 않은 편이다. 좋은 문장, 갑자기 확 와닿는 문단 등 인문 서적이 주는 울림은 잘 알지만 제목만 보고 지나칠 뿐 펼쳐볼 생각을 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서적으로 가득한 땡스북스 책방을 종종 드나드는 이유는 한 번쯤 읽어보고 싶도록 큐레이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직접 읽고 추천해 주는 느낌이다. 흔히 책을 사기 전 읽어보는 제목, 머리말, 추천사 등의 내용보다 더 와닿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정서를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이에게 추천을 받는 느낌이기도 하여 메모가 되어있는 도서들에 유독 관심이 갔다.
 

쾌적한 공간과 책 냄새

 
'땡스북스' 책방을 4번 정도 전부 다른 계절에 방문했다.

무더운 여름에 책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달아나있고, 한파의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가 맴돌고 있다. 어떤 계절이든 항상 쾌적함을 유지하는 것, 시트러스 향과 새책 냄새가 은은히 뒤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방문하는 이로 하여금 머무르는 것 자체를 편안하게 한다.
 
이러한 환경은 내가 충분히 그리고 오래 머무르며 도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북유럽 빈티지를 제대로 알았을까?

덴마크, 스웨덴의 빈티지 숍
빈티지 숍에서 구매한 Fister light


디테일하게 책을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익숙하게 봤던 디자인의 가구와 조명들이 떠올랐고,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보니 지나쳤던 빈티지 제품들이 얼마나 좋은 것들이었는지 다시금 알게 된다. 
 
그리고 예전이었으면 책을 당장 구매했겠지만 그렇게 구매한 책들이 아직 방에 쌓여있는 만큼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발품을 팔듯 서점을 드나들고 거기서 어렵게 찾은 책 한 권을 정독하는 것은 내 취향을 더 애착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내 방 곧곧에 북유럽의 디자인들이 가득해지길 바라는 마음과 알지 못했던 내 취향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땡스북스'를 더 자주 드나들 것 같다.

📚 땡스북스(THANKS BOOKS)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6
영업시간 : 12:00 ~ 21:00 / 월 ~ 일요일